습관 Habitudes

남한과 북한의 경계선은 1953년부터 여전히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. 분단선 가장 가까이 위치하는 남측 도시 파주는 전체면적 89%가 군사보호구역이다. 파주시 주민은 2018년 기준 45만명이고, 한 해 거주민 수의 두 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맞이한다. 

18세 이상 모든 한국 남성들의 의무 병역이 필수적인 대한민국. 한국에서 군대는 한국인의 문화적, 정신적인 측면뿐 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전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.
 

본 영상 작업은 파주의 군사구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‘습관’들에 주목한다.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하는 뒷배경에는 우거진 숲, 자연이 뻗어 있다. 관광객은 관광객대로 제 역할을 다하고, 군인들 역시 각자 맡은 관례적 업무에 예외없이 임한다. 끊어진 철도 위 정차된 기차. 기차 표면에는 포탄이 지나간 상흔들이 보이고 휴전 중인 오늘날, 꿀벌들은 그 구멍을 지나 벌집을 만들며 살고 있다.  

정치적으로, 군사적으로 익숙해진 상황, 둔탁해진 긴장감. 파주의 한산한 풍경은 과거 역사와 현재의 괴리를 더 깊게 한다. 가끔은 다른 도시들보다도 더 평화롭게 느낄 수 있는 장소. 비현실적인 평온함. 당황스러운 무언극. 조용히 신경통을 앓는 경계선.

비디오, 9분24초, 2015.
[영상 작업] [백민경 개인 작업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