공사장 - Chantiers — 편집의 벽 mur éditorial

2013년부터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장을 촬영했다. 

한 공사 구역이 결정된 후 주민들의 다양한 반응이 일고, 사람, 건물, 주택들이 사라지고,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땅의 모습, 흙으로 덮인 거친 표면의 땅을 마주하기도 했으며, 그 터에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'아파트'의 모습을 긴 시간 동안 관찰했다. 그렇게 작업된 사진들은 ‘문서’, ‘기록’의 방증, 기억의 자료가 되었다.   

시위 그리고 철거의 흔적 - 깃발, 현수막, 벽보 그리고 건축 설계안, 부동산 임대 공고. 모든 표현과 몸짓들이 나란히 놓였다가 겹쳤다가 또 사라진다. 바위, 돌, 흙, 벽돌, 시멘트, 쇠면, 진흙 그리고 비, 지하수. 여러 건축자재와 자연물들이 헤집어졌다가 쌓였고, 이동되고 줄지어 지다가 고정된다. 건설 – 해체 / 소멸 – 출현 / 설치 – 삭제. 공사장은 급격하게 변모하는 풍경을 꾸준히 수반하는 현장이다.

Le mur éditorial – atelier 편집의 벽 – 작업실’이름의 작업은 2019년에 진행한 설치물이다. 공사장과 작업실이 가지는 변화의 연속이라는 두 공간의 유사성을 염두해 만들었다. 개별 사진의 위치 이동, 사진 위에 더해지는 선, 색, 자료. 새로운 사진의 중첩, 한국사 관련 문서 추가 등 사진들이 지정된 벽 위에서 고정되지 않고 전시 기간 동안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변해갔다. 설치물, 사진판들이 벽 위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도록 했다. 그렇게 전시 공간이 작업 공간인 동시에, 전시의 한시성을 토대로 그 기간 내에 이뤄낼 수 있는 가변성을 살려내고자 했다.

사진작업과 문헌자료들을 엮어낸 편집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. 손상되기 쉬운 용지 위 사진 인화, 배치 불안정성, 겹치고 포개기 등 전시에서 의도한 장치와 설치물들은 공사장이라는 전시 주제 속에서 시도해 본 시각적 결과물이다. 

공사장 – Chantiers. 설치 작업.
2019,  프랑스 리옹Lyon, France, 전시공간 Réfectoires des Nonnes.

본 작업은 고역사 자료, 해당 아파트 공사장 관련 현안을 다루는 신문기사를 동반한다. ‘편집의 벽’을 포함한 여러 구성 계획 단계를 거쳐 점차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을 만들어내고 있다.
편집 - / 아파트  — apartment /

공사장 Chantiers, 2013-. (2013-2023 공사장 작업)

필름 디지털 프린트, 무광택 인화

목재 표구, 각 48x 67 cm

[사진 작업] [백민경 개인 작업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