0A

0A는 필름카메라에 컷 번호를 나타내는 표식 중 하나로 0번째, 즉 제일 첫 이미지를 담는 구간이다. 필름 카메라로 자주 촬영하며 모이는 필름의 제일 첫 개시 컷들이 한 묶음이 되면서 만들게 된 작업물이다. 

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하고 감아 돌리면서 의도 없이 찍어낸 사진들. 인화과정에서 처음 보게 된 일련의 묘하고 매력적인 컷들.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 의도가 없을 때 탄생하는 단편적 장면들. 개중에는 과다 노출로 피사체가 아예 없는 가하면, 필름 위에 처음 그어진 세로줄 빛이 강렬하게, 마치 자연광이 필름을 태워낸 듯이 나타내는 사진들이 있다. 우연히 찍어낸 장면들, 0A 컷들을 한 자리에 모아 엮는다. 각각의 이미지가 카드놀이처럼 섞여 다양한 서사를 이끌어낸다.

각 이미지 크기 21 x 14.8 cm, 2016년.

[이미지 인쇄물] [백민경 개인 작업]